29일 무비자 입국 첫날 오전 인천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국한 중국인 단체 크루즈관광객들
[한국레저신문 김구식기자] 2025년 9월 29일, 한국 정부는 중국 대륙 본토 출신의 단체관광객(3인 이상)이 15일 동안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파일럿 제도를 시행했다.
첫날 인천항에는 크루즈 관광객 약 2,000명이 몰리며 항만이 북적였고, 공항과 주요 관광지에도 중국 단체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조치는 내년 6월 30일까지 한정 운영되나, 업계와 지방자치단체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무비자 제도 시행 첫날, 인천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는 크루즈선에서 내린 중국 단체관광객이 모여든 모습이 연합뉴스 등을 통해 보도됐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인천항으로 유입된 중국 단체관광객은 약 2,80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무비자 제도로 인해 내년 6월까지 100만 명가량의 중국 관광객을 추가 유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유통업체와 면세점, 호텔 등 관광 인프라는 단체관광객 유입 효과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며, 중국어 안내 리플릿 제작과 간편결제 시스템(Alipay, WeChat Pay 등) 도입이 일제히 추진되고 있다.
외국 언론에서도 이 정책이 큰 주목을 받았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 무비자 정책은 2017~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시행한 중국 본토 단체 무비자와 유사한 조치이며, 양국 관계 개선과 관광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관광업계 전반은 이번 무비자 조치를 국내 관광 산업의 숨통을 트는 기폭제로 본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방한 시장이었지만, 비자 절차와 외교 관계 변수로 인해 늘 불확실성이 있었다. 이번 완화 조치는 입국 장벽을 낮춰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중국 단체관광객이 몰릴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분명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대규모 단체관광객이 소비력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면세점과 대형 쇼핑몰, 명동·강남 상권 등은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일부 면세점은 무비자 시행 발표 직후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방 및 관광지 중심의 호텔업계에도 활력이 예상되어 단체관광객 수요가 집중되면 비수기에도 가동률을 높일 기회가 된다.
서울·인천 중심에서 벗어나 부산, 제주, 강원, 경북 등 지역 관광지가 수혜지로 떠오를 가능성 있다. 중국 단체객이 전국 투어 코스를 확보할 수 있다면, 지방관광지 및 연계 관광 활성화가 되어 지역 균형 관광 발전의 계기도 될 수 있다.
또한, 전통시장 투어, 한류 콘텐츠 체험, K-뷰티·K-팝 투어 등 문화 체험 중심 관광 콘텐츠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조치는 비용보다 상징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로 외교·한중 관계 개선 효과가 있다. 한국과 중국 간 외교적 경색 완화와 인적 교류 확대라는 외교적 과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첫 날인 29일 인천국제공항
그러나 무비자 정책이 성공 가도를 달릴지는 불확실한 요인도 적지 않다.
이번 제도는 3인 이상 단체여행객만 무비자 입국 가능하다. 개별 자유여행객은 여전히 비자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중국인 FIT(Free Independent Traveler) 유치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 제도는 내년 6월 말까지만 시범적으로 운영된다. 한시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관광객 심리 유치에는 일부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급격한 단체객 증가가 항공편 좌석 부족, 지방 숙박지 과부하, 교통 혼잡 등의 병목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예산과 인프라 확충은 정부와 지자체의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불법 체류자 증가, 치안 부담 증가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비자 정책은 관광과 치안, 외교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단체관광객이 실제 얼마나 소비를 할지도 미지수다. 관광지만 돌고 소비는 적거나, 쇼핑 대신 단체 일정만 소화하고 빠져나갈 경우 기대한 내수 소비 확대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
무비자 시대, 한국 관광의 분수령 될까?
한국이 중국 단체관광 무비자를 도입한 것은 단순한 여행 정책을 넘는 전략적 선택이다.
첫날 나타난 인파와 업계의 높은 기대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지속 가능한 정책 설계, 인프라 확충, 지방 분산 관광 전략, 개인여행객 유치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이 조치를 계기로 중국인 관광객을 단기에 끌어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재방문율 제고, 고부가가치 관광 콘텐츠 확충, 안전·질서·환대 서비스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만약 이 무비자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한국 관광은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할 것이고, 방한시장 재편과 관광 경쟁력 회복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