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저신문 김구식기자] 국내 여행이 해외여행에 비해 전반적인 만족도가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관광 강국'을 기치로 내건 정부 정책과 달리, 실제 여행객들의 체감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관광산업의 질적 혁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2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3년 이내 국내·해외여행을 모두 다녀온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해외여행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국내여행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평균 8.3점(10점 만점 기준)으로 해외여행 만족도 8.7점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은 국내여행에 대해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감동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경험이 부족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특히 국내여행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요소로는 ▲숙박요금의 비합리성(32.4%) ▲관광지 혼잡도(27.1%) ▲관광지간 이동 불편(18.6%) ▲콘텐츠의 단조로움(11.3%) 등이 꼽혔다. 반면 해외여행에서는 음식, 숙소, 교통, 관광정보 등 종합적인 만족도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응답자는 “국내 여행지의 숙박료는 성수기엔 해외보다 비싼 경우도 많고, 가격 대비 서비스 질이 아쉽다”며 “비슷한 비용이면 해외로 나가는 게 낫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바가지요금 방지를 위한 제도적 관리 강화'(35.6%), '지역별 특화 관광 콘텐츠 개발 및 홍보 지원'(18.6%), 관광지 대중교통 연계망 및 이동 인프라 확충(16.2%), 지역화폐·관광 바우처 등 관광 소비 지원금 제공(11.3%)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국내 관광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고등이라고 분석한다. 이훈 KTO 관광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국내 여행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지역 콘텐츠의 차별화, 숙박과 교통의 효율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 관광 인프라의 질적 수준과 일관되지 않은 서비스 체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역 간 관광 예산 집행 격차가 커 균형 있는 발전이 어렵고, 콘텐츠 개발 역시 일부 지자체에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주요 동기로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서'(39.1%), '볼거리·관광명소가 다양해서'(28.1%), '국내여행보다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아서'(14.8%) 등이 나왔고,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적어서'(32.8%), '준비나 이동이 간편하고 부담이 없어서'(30.1%), '언어나 문화 차이가 없어서'(9.4%) 등이 꼽혔다. 이는 국내여행이 여전히 ‘대안’ 수준의 선택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편, 정부는 최근 ‘2025 대한민국 관광 비전’을 통해 연간 외국인 관광객 2천만 명 유치와 함께, 국민의 국내여행 참여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단순한 예산 확대보다는 ‘여행객 입장에서의 혁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행은 기억을 남기는 산업입니다. 반복되는 관광지, 높은 물가, 불편한 예약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국내여행의 매력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 여행 전문가는 국내여행의 질적 도약 없이는 관광수지 적자 해소도 요원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