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저신문 김구식기자] 2025년 8월, 손흥민이 결국 유럽 무대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의 유니폼을 입는다. 토트넘 홋스퍼에서의 9년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향한 그의 행보는 단순한 이적 이상의 상징성과 울림을 갖는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 손흥민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FC는 6일(현지시간) 오후, BMO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흥민 영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AP통신은 "손흥민이 LAFC와 계약을 마쳤고, 토트넘과는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전하며 사실상 이적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 입단 이후 약 10년 만에 유럽 무대에서의 여정을 마감하고 북미 대륙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손흥민은 단순한 유럽파가 아니었다. 그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선수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14골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운 그는, 2021-22시즌에는 EPL 공동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세계 최정상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오른발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던 왼발 슈팅으로 이룬 골이 다수였다는 점은 그가 얼마나 양발을 능숙하게 쓰는 완성형 공격수인지 증명한 사례였다.
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은 그야말로 ‘캡틴’ 그 자체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의 골은 물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나전, 포르투갈전 등 주요 경기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특히 벤투호의 16강 진출은 그의 정신력과 리더십이 빛난 결과였다. 항상 대표팀의 부담을 온몸으로 껴안던 손흥민은 후배들에게는 멘토였고, 팬들에게는 자랑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변화의 시점은 왔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손흥민은 몸의 무게중심과 스피드 유지가 과거만큼은 아닐 수 있고, 토트넘 또한 리빌딩 체제에 돌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중대한 기자회견' 예고한 LAFC./출처=LAFC
미국행은 단순한 안식처가 아닌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LAFC는 최근 메시에 이어 글로벌 스타들의 MLS 진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손흥민이라는 아시아 최고 스타를 영입함으로써 북미 시장에서의 아시아계 팬덤 확대를 노리고 있다.
손흥민의 이번 선택은 한국 축구계에도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그가 북미 MLS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아시아 선수들의 미국 진출 흐름이 더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LA 지역은 한국 교민들이 많고 아시안 스포츠 스타에 대한 관심이 높아 ‘손흥민 효과’는 MLS의 흥행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전망이다.
앞으로 손흥민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겨냥한 홍명보 역시 손흥민의 경험과 존재감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LAFC에서의 꾸준한 경기 출전은 손흥민이 대표팀에서도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손흥민은 단지 뛰어난 축구선수를 넘어, 한국 스포츠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의 유럽 생활은 끝났지만, 그의 축구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팬들이 기억하는 것은 그의 골 수보다도, 그가 보여준 끈기, 헌신, 그리고 한국 축구를 향한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또 다른 무대에서 새로운 전설을 쓰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