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저신문 김구식기자] 최근 국내 골프장을 예약할 때, 많은 골퍼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은 ‘그린피’가 아니다. 바로 카트료와 캐디피다. 18홀 기준으로 평균 20만 원을 웃도는 플레이 비용 속에 ‘부대비용’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며, 이제는 골프장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실제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2025년 골프장 운영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및 광역시 인근 퍼블릭 골프장의 평균 캐디피는 15만 원, 카트료는 팀당 9만 원으로 나타났다. 4인 1팀으로 환산하면 1인당 22,500원이 단순 카트 이용료이며, 캐디피는 인당 37,500원 수준이다. 단순히 라운딩만 해도 1인당 최소 60,000원 이상을 그린피 외에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부대비용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최근에는 '노캐디제', '셀프 카트 운영', '카트료 무료 이벤트' 등 부가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골프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캐디피·카트료, ‘숨은 비용’ 아닌 ‘결정 요소’
과거에는 골프장을 예약할 때 주로 위치, 코스 상태, 그린피 수준이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골프장의 캐디피와 카트료가 빠르게 인상되면서, 부대비용 자체가 골퍼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특히 주중에도 15만 원이 넘는 캐디피, 10만 원 가까운 카트료가 더해지면, 그린피가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전체 플레이 비용이 1인당 20만 원을 가볍게 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직장인 골퍼들이 ‘월 1회 라운딩’을 하더라도 100만 원 안팎의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구조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주말골퍼 박모 씨는 “주말에 가까운 퍼블릭 골프장을 가도 1인당 25만~30만 원은 기본으로 든다”며 “요즘은 캐디 없는 셀프 골프장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 판단해 친구들과는 그런 곳을 중심으로 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디피 인상은 단순히 골프장 운영자의 결정만은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면, 캐디 1명이 18홀 기준 4~5시간 동안 무거운 장비를 운반하고 플레이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최근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안전관리 강화 등 노동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캐디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캐디는 대부분 ‘프리랜서 계약자’로 고용되어 있으며, 정규직이 아닌 탓에 처우는 오히려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각광받는 것이 바로 ‘노캐디제 골프장’이다. 캐디 없이 플레이하는 셀프 골프장은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GPS와 자동 카트, 전방 안내 시스템 등 스마트 인프라 도입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와 충청권 일부 셀프 운영 퍼블릭 골프장은 평일 기준 1인당 8만~12만 원 수준에 라운드가 가능해 중장년 골퍼뿐 아니라 MZ세대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최근 일부 골프장은 카트료를 ‘이용자당 분담 방식’으로 바꾸며 투명한 요금 체계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에는 팀당 요금이었지만, 이를 인당 요금으로 전환해 비용 인식의 명확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소비자 선택이 변화를 만든다
전문가들은 이제 골프도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골프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예전에는 ‘골프는 원래 비싼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는 ‘돈값 못 하면 안 간다’는 인식이 뚜렷해졌다”며 “부대비용이 합리적인 골프장이 생존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골프장들 사이에서도 “캐디 수급이 어려워 셀프 시스템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대비 2025년 상반기 셀프 골프장 운영률은 17%에서 24%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홀 노캐디로 운영중인 충북의 모 골프장 프론트./출처=한국레저신문DB
‘합리적 가격’은 새로운 경쟁력
캐디피와 카트료는 이제 단순한 부가비용이 아니라 골프장 선택의 기준이자 경쟁력이 되고 있다. 골퍼들은 더 이상 "그런가 보다" 하지 않는다. 자신이 내는 비용이 어디에 쓰이는지, 어떤 서비스로 돌아오는지를 면밀히 따진다.
대한민국 골프장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골퍼의 눈높이에 맞는 ‘가격의 정직성’과 ‘서비스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골프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기 위해선, 그 첫걸음은 캐디피와 카트료부터 다시 살펴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