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저신문 김구식기자] 최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야외 스포츠인 ‘골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특히 주말과 휴가철을 맞아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무더위 속 ‘라운딩’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한골프협회와 스포츠의학계에 따르면, 여름철 골프 중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열사병, 탈수, 일사병, 근육경련, 자외선 화상 등이 있다. 최근 3년간 골프장 내 응급 구조 출동 통계에서도 7~8월이 연중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이나 평소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위험도가 더욱 높다.
“가장 위험한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3시”
전문가들은 여름철 라운드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시간대로 정오부터 오후 3시를 꼽는다. 이 시간대는 태양고도가 가장 높고, 지면 복사열까지 더해져 체감온도가 40도를 넘기도 한다.
더운 날씨에 골프를 치면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땀을 과도하게 흘리면서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어지럼증, 구토, 심한 경우 실신까지 이어지는 열탈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골프 도중 의식을 잃거나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도 잦다.
“4홀당 한 번은 그늘과 음료, 필수”
대한스포츠의학회는 여름철 골프 라운드 시 ‘4홀마다 음료 섭취와 그늘 휴식을 권장’하고 있다. 땀을 통해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신장 기능 저하, 탈수 증상, 심장 부담 등이 발생한다. 생수보다는 전해질이 포함된 스포츠음료를 함께 마시는 것이 좋다. 커피, 에너지음료, 맥주 등은 오히려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또한, 체온 조절을 위해 수건에 물을 적셔 목 뒤에 두르거나, 얼린 쿨스카프, 휴대용 냉풍기 등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필드에 나서기 전 충분한 스트레칭과 워밍업으로 갑작스러운 체온 변화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골프카트에 부착한 안전수칙./출처=한국레저신문DB
“긴팔이 오히려 시원하다”…자외선 차단도 중요
여름철 골퍼들은 흔히 반팔이나 민소매 복장을 선호하지만, 오히려 UV 차단 기능이 있는 냉감 긴팔웨어를 착용하는 것이 체온 유지와 자외선 차단에 효과적이다. 피부에 직접 닿는 자외선은 단기적으로 화상, 장기적으로는 피부암까지 유발할 수 있어 자외선 차단제(SPF50 이상)를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도 필수다.
대한피부과학회는 “한 여름 골프 라운딩을 나가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거나 한 번만 바르는 경우가 많은데, 땀으로 쉽게 씻겨나가 반복 도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스코어보다 건강 우선
더운 날씨 속에는 체력 소모가 급격히 커지는 만큼, 평소보다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카트를 적극 활용하고, 공이 있는 지점까지 걸어가는 대신 동반자와 번갈아 타는 방식으로 체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욕심을 내어 풀 스윙을 하기보다 간결한 스윙과 짧은 플레이로 체력 배분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최근 한 국내 골프장에서 50대 후반 남성이 라운드 중 후반 14홀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응급실로 이송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는 고혈압 병력이 있었으며, 30도를 넘는 날씨에 평소보다 과도한 스코어 욕심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는 건강하게 즐길 때 가장 아름답다
골프는 자연 속에서 걷고, 사색하며 즐기는 스포츠다. 하지만 여름철 무더위 속 라운딩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는 ‘스코어’보다 ‘생존’이 먼저다.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무리하지 않으며, 꾸준히 수분을 보충하는 기본 수칙만 지켜도 여름 골프는 충분히 안전하고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다.
이번 여름, 필드 위 당신의 한 타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시원하게 '굿~샷'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