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공식 포스터./출처=CJ ENM


[한국레저신문 유인수기자]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위에 이름을 올렸다. 6월 27일(현지시간) 발표된 이 리스트에서 《기생충》은 영화 전문 기자, 평론가들의 종합 평가를 통해 100편 가운데 최고 자리에 등극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은 현대 사회의 계급 갈등을 가장 날카롭고 독창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며, “흑백의 이분법을 넘어선 복합적인 인간 심리와 계층 구조를 폭발적인 전개로 풀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기생충》은 2019년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첫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록은 지금까지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영화는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언덕 위의 부유한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사회 계층의 불균형과 인간의 욕망을 치밀하게 드러낸다. 코미디와 스릴러, 드라마 장르를 넘나드는 서사와, 세밀한 공간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는 세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번 발표 이후 국내외 영화계에서는 다시 한 번 《기생충》을 재조명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타임지, 버라이어티, 인디와이어 등 주요 외신들은 “《기생충》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적 고발이자, 세계 영화사의 새로운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했다.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기생충은 특정 국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기생충》은 전 세계 200여 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한국영화 사상 최대 흥행 기록 중 하나를 세웠다.

영화 '올드보이'./출처=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의 2005년작 '올드보이'는 43위에 선정됐다.

NYT는 '올드보이'에 대해선 극중 최민식이 망치를 휘두르며 피범벅이 된 채 복도를 빠져나오는 장면을 빗대 "이 유명한 액션 장면은 비틀린 스릴러의 오페라 같은 폭력성을 상징하면서도, 감정 또한 극적으로 치닫게 된다"면서 "'올드 보이'는 마지막 장면까지 도발과 불안을 선사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봉준호 감독의 2005년작 '살인의 추억'은 99위에 올랐다. 봉 감독은 NYT 최고 영화 100선 중 자신의 작품을 2개나 올렸다.

NYT는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는 "한국식 경찰물은 할리우드 장르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건 첫장면부터 알 수 있다"면서 "봉준호 감독은 헤아릴 수 없는 악에 맞서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유머와 날카로운 드라마를 섞는 특유의 방식으로 이를 탐구한다"고 봤다.

<기생충> 스틸 컷 ./출처=CJ ENM 


한편, 이번 순위는 2000년 1월 1일 이후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세계적 명성의 감독, 배우, 제작자, 애호가 등 500명을 설문조사해 집계한 것이다.

NYT는 "최근 25년 사이에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까지 우리가 영화를 관람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극적으로 변화해왔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도 어떤 영화가 세월의 도전에 굳건히 버텼을까?"라고 이번 집계를 시작한 취지를 설명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이번 리스트에는 《이터널 선샤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문라이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기생충》의 1위 등극은 한국 영화사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