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한국 수영의 ‘황금세대’가 항저우를 접수했다. 황선우(20), 김우민(22), 양재훈(25·이상 강원도청),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 등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계영 대표팀은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수영 경영 남자 계영 800m 결승서 7번01초73을 합작했다. 대항마로 여겨졌던 중국(7분03초40·은메달)을 1초67차로 넉넉하게 따돌렸다. 디펜딩챔피언 일본은 7분06초29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가졌다.
한국 수영 역사상 첫 AG 경영 단체전 금메달이다. 은메달은 몇 차례 있었다. 1994년 일본 히로시마 대회서 남자 계영 800m 지상준, 우철, 우원기, 방승훈이 은메달을 수확한 게 시작이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선 남자 혼계영 400m 박태환, 박선관, 최규웅, 정두희가 두 번째 은메달을 신고했다.
여자 단체전에선 1990년 베이징 대회 계영 400m(김은정·명경현·이문희·이은주)와 2014년 인천 대회 혼계영 400m(이다린·양지원·안세현·고미소)에서 은메달을 땄다.
새 이정표를 썼다. 아시아 신기록이다. 2009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서 일본이 작성했던 7분02초26을 0.53초 단축했다. 폴리우레탄 재질의 전신 수영복 착용을 금지하기 전이라 신기록이 쏟아지던 때였다.
한국 대표팀의 질주가 더욱 놀라운 배경이다. 이 종목 세계신기록은 미국이 로마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6분58초55다. 한국 기록을 새로 작성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서 써낸 7분04초07을 단 2개월 만에 2초34나 줄였다.
치밀한 전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예선서 한국 대표팀은 이유연(23·한국체대), 김건우(23·독도스포츠단), 양재훈, 김우민 순으로 나섰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자유형 100m 결승을 치렀던 황선우, 이호준은 체력 안배 차원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럼에도 7분12초84, 예선 전체 1위의 기록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전에선 양재훈-이호준-김우민-황선우 순이었다. 결승 진출을 일군 후쿠오카 세계선수권과는 다른 순번. 훨씬 더 여유 있게 레이스를 마쳤다.
특히 양재훈 카드가 인상적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따라붙었다. 1분46초83의 기록, 2위로 바통을 넘겼다. 생각대로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이호준은 초반부터 무섭게 치고 나갔다. 1분45초36으로 선두 자리를 꿰찼다. 김우민 역시 쭉쭉 뻗어나갔다. 앞서 남자 자유형 100m 은메달리스트 왕하오위가 쫓아왔지만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피날레는 황선우였다. 이미 어느 정도 벌어진 상태였지만 상대가 판잔러인만큼 긴장을 끈을 놓지 않았다.
첫 목표를 이뤘다. 대한수영연맹이 집중적으로 육성한 성과를 마주했다. 연맹은 가능성을 인지,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1~4위 선수들을 중심으로 특별전략 육성 선수단을 꾸렸다. 호주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등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 결과 2년 사이에 6초76이나 기록을 줄였다. 끝이 아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다음 시선은 2024 파리하계올림픽으로 향한다. 선수들 모두 막 전성기로 접어든 나이인 만큼 올림픽 시상대도 멀기 만한 꿈은 아니다.
한편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을 꽉 메운 6000여 명 중국팬들은 경기 내내 오성홍기를 흔들며 ‘짜요(화이팅)’를 목청껏 외쳤다. ‘중국 수영 체전에 한국과 일본은 들러리를 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한국의 한 청년은 “내가 그 흐름을 끊겠다”고 내심 다짐했다.
그 첫 반격은 지유찬이 25일 시작했다.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21초72로 1위를 차지한 것. 앞서 예선에서 21초84로 대회 기록(종전 21초94)과 한국 기록(종전 22초16)을 모두 갈아치우며 전체 1위로 결선에 올랐던 지유찬은 마지막 무대에선 더욱 속도를 높였다.
다만 시오우라 신리(32·일본)의 아시아 기록(21초67)엔 0.05초 모자랐다. 홍콩의 호이안옌터우(26)가 21초87로 2위를 했고, 전날 자유형 100m 금메달을 딴 중국 ‘신성’ 판잔러(19)가 3위(21초92)로 들어왔다. 처음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지유찬은 한국 수영에 첫 ‘깜짝’ 금메달을 안겼다.
전남중-광주체고 출신인 지유찬은 9살 때 수영을 시작해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자유형 400m를 ‘주종목’으로 하는 선수였다. 그러다 고교 때부터 단거리 선수로 전향해 자유형 50m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단거리 영자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키(176cm)이지만, 팔을 완전히 펴서 돌리는 스트레이트(straight) 영법과 무호흡 영법을 앞세워 고속 성장했다.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에서 한국 선수가 정상에 오른 건, 2002년 부산 대회 김민석(공동 1위) 이후 21년 만이다.
개최국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독주를 펼치고 있다. 경영 첫날이었던 전날에는 금메달 7개를 싹쓸이했고, 이틀차인 이날도 금메달 4개를 추가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중국의 페이스가 스트레스가 되느냐는 중국 기자의 질문에 대표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계영 800m 금메달리스트 양재훈은 "중국팀이 어제부터 잘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목표대로 하려고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없었다. 우리가 할 것만 집중해서 잘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한국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