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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레저신문 김구식기자] 겨울의 문턱이 다가오면서 전국 주요 스키장들이 일제히 개장 준비에 나섰다. 매년 약 5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스키장은 단순한 스포츠 공간을 넘어 가족·연인·친구가 함께하는 겨울 레저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즐거움 뒤에는 매 시즌 반복되는 안전사고가 있다. 올해도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의 안전과 에티켓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1초의 부주의가 큰 사고로”… 매년 1천 건 이상 사고 발생

한국레저안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키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연평균 1,200건에 달한다. 특히 초보자의 낙상사고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으며, 충돌 사고가 25%, 리프트 탑승 중 안전사고가 10%가량을 차지했다.

가장 많은 부상 부위는 무릎(36%)과 손목(20%), 어깨(18%)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리한 속도 주행이 원인”이라며 “안전장비 착용과 슬로프 선택만 잘해도 70% 이상의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본 중의 기본, 장비 점검과 보호장비 착용

스키장 도착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비 점검이다. 특히 바인딩(스키 부츠 고정장치)은 체중과 숙련도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느슨하면 부츠가 쉽게 빠지고, 너무 조이면 낙상 시 부상 위험이 커진다. 스노보드 역시 바인딩 각도를 자신의 주행 스타일에 맞게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헬멧, 손목 보호대, 무릎·팔꿈치 보호대 등 기본 보호장비 착용은 필수다. 특히 스노보드 이용자는 손목 부상이 잦기 때문에 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스키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안전장비 착용률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국내 이용객의 착용률은 여전히 낮다”며 “안전보다 멋을 중시하는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보자는 완만한 슬로프에서, 무리한 과속은 금물

많은 초보자들이 빠른 속도에 매료돼 상급 코스를 시도하지만, 이는 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스키장 슬로프는 난이도별 색상으로 구분된다. 초급은 녹색(Green), 중급은 파랑(Blue), 상급은 빨강(Red), 전문가용은 검정(Black)으로 표시된다. 자신의 실력보다 높은 난이도의 슬로프에 오르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스키지도자연맹 관계자는 “스키나 보드는 ‘속도의 스포츠’이지만, 통제 가능한 속도에서 즐겨야 한다”며 “하향 주행 시 앞 사람과의 간격을 10m 이상 유지하고, 멈출 때는 코스 한쪽으로 비켜 서는 것이 기본 에티켓”이라고 말했다.

리프트 이용 시 주의점도 많다

리프트 탑승 시 사고도 매년 발생한다.

탑승 전 스키나 보드의 방향을 맞추고, 의자 도착 시 즉시 앉는 것이 중요하다. 리프트에서 하차할 때는 미리 몸의 중심을 앞으로 두고 일어나야 하며, 급정지 시 무리하게 뛰어내리는 행동은 절대 금지다.

또한 최근 스키장은 야간 리프트 운행이 많아지면서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야간 이용 시에는 반드시 형광 색상의 외투나 반사띠를 착용해야 한다. 일부 스키장은 리프트 자동감속 시스템과 CCTV 안전관리 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주의다.

용평스키장 전경./출처=모나 용평


스키장 에티켓, “함께 사용하는 공간임을 기억하자”

스키장은 다수의 이용자가 함께 즐기는 공공공간이다. 그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와 기본 예절이 중요하다. 슬로프 중간에 앉거나, 셀카 촬영을 위해 멈춰 서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또한 다른 이용자의 진로를 가로막거나, 추월 시 고함을 치는 것도 금물이다.

흡연, 음주 후 탑승, 음악을 크게 트는 행위 역시 안전과 질서를 해치는 대표적인 비매너로 지적된다. 스키장 관계자는 “최근 젊은 이용객 중 일부가 스피커를 들고 다니며 음악을 틀거나, 슬로프 중간에서 장시간 촬영을 하는 등 불편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운동이 아닌 놀이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가족 단위 이용객 안전수칙

가족 단위 방문객의 경우, 특히 어린이와 초보자 보호에 주의해야 한다. 보호자는 자녀의 장비 착용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고, 아이 혼자 슬로프에 진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스키장 주변 썰매장, 눈썰매 코스 등에서도 충돌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에 항상 주변 상황을 살피는 것이 좋다.

응급상황 발생 시에는 즉시 스키장 안전센터(리프트 하단부 인근)에 연락해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무리한 이동보다는 전문 요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상 악화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기후 변화와 안전 관리의 중요성

최근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일부 스키장은 인공설 사용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설은 천연설보다 단단하고 미끄럽기 때문에 넘어질 때 충격이 크다. 따라서 스키장 이용 전 노면 상태를 확인하고, 습설·빙설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

기후 변화에 따른 안전관리 강화도 필요하다. 눈이 적게 내리는 해에는 코스 폭이 좁아져 충돌 위험이 증가하므로, 스키장 측의 코스 관리와 안전 펜스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이 곧 실력이다”

스키와 보드는 속도감과 자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겨울 레저의 꽃이다. 하지만 그 자유는 규칙과 예절 위에서만 빛난다. 헬멧을 착용하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며, 타인과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단순한 원칙들이 당신의 즐거운 하루를 지켜준다.

“멋지게 타는 것보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다가오는 스키시즌, 모두가 지혜로운 안전문화로 즐기는 ‘화이트 시즌’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