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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레저신문 오만상칼럼리스트]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라 불린다. 필드 위에서 벌어지는 승부는 점수보다 예의와 존중, 자제력이 중시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알까기’ 의혹 영상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지난달 28일 공개되며 전 세계 골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당 영상에는 트럼프가 스코틀랜드의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앞에 있던 수행원이 슬쩍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 페어웨이에 툭 던진 다른 공으로 샷을 날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X 사용자는 "트럼프가 가장 자주 써먹는 속임수가 캐디한테 앞서나가서 공을 던져놓게 하는 것"이라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전매특허라고 지적하는 댓글을 달았다.

비공식 경기라지만,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 보여준 비매너 행위는 스포츠 정신을 무색하게 만든다.

트럼프의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세계 곳곳에서 유명 인사들의 골프 비매너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필리핀의 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공공연히 규칙을 무시한 채 라운딩하며 캐디에게 폭언을 퍼부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고, 일본의 유명 연예인 A씨는 프로암 대회 도중 경기 지연과 고성, 스윙 후 잔디 훼손 등으로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멀리건’ (Mulligan: 미스 샷을 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을 많이 쓴다고 해서 '빌리건'이라는 별명이 있는 미국의 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은 외국 순방 중에도 꼭 골프 스케줄을 잡는데 2003년 11월 한국 방문 마지막날 A골프장서 국내기업 관계자들과 골프를 하기로 했는데 티업 시간보다 한 시간 이나 늦게 도착하여 이날 골프장 운영에 많은 차질을 빚게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내에서도 기업 총수 B씨가 캐디를 함부로 대하고 동반자 경기 중에 상대 공을 옮겼다는 후문이 SNS를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해프닝이나 ‘개인의 스타일’로 치부할 수 없다. 골프는 룰북 이상의 가치를 품은 스포츠다. 공정한 경쟁, 동반자에 대한 배려, 자신을 통제하는 인내심이 골프의 핵심이다.

또한,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자 규칙과의 싸움이며 골프는 자기 양심에 따라 경기하는 스포츠로 "골프는 정직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경기"하고 한다.

실제로 정식 경기에선 자진 신고가 룰 위반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022년 6월 한국여자 오픈에서 자신의 공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도 그대로 플레이를 진행하여 대한민국 골프계를 시끄럽게 했던 ‘윤이나 오구플레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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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의 매너는 경기 외에도 캐디에 대한 태도, 라운딩 속도, 코스 보호, 복장 등 전반적인 태도에서 드러난다.

미국 PGA에서는 “좋은 골퍼는 실력보다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고 말하며, 교육 자료에 매너 항목을 별도로 두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를 기준 삼아 행동하며, 이를 어길 경우 경기 자체보다 인간성에 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명인들의 골프 비매너는 일반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을 수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팬들은 그들의 행보를 따르고, 골프 입문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프로골퍼는 “SNS 시대에는 한 번의 비매너가 곧 스포츠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유명인일수록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매너는 곧 신뢰의 상실이다. 필드 위에서 공을 교체하거나 슬쩍 위치를 바꾸는 일은 단순한 규칙 위반을 넘어 골프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다. 이는 자신뿐 아니라 동반자, 경기 관계자, 나아가 스포츠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우리는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례를 단순한 웃음거리로 넘기기보다, 골프 매너의 본질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신분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골퍼는 룰 앞에서 평등하다. 공정성과 예의를 지키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골퍼의 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