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저신문 오만상 칼럼니스트] 최근 KPGA(한국프로골프협회)에서 주최한 공식 골프골프대회에서 홀 컵으로 대회가 취소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되었다.
지난 3월 20일 KPGA 2부 투어인 2023 스릭슨투어 1회 예선대회가 벌어진 충북 청주 떼제베CC골프장에서 경기중 홀컵이 큰거 같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기위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홀의 직경이 골프 규정과 달라 대회를 취소하였다.
골프규칙에는 ‘컵 직경은 108㎜, 깊이는 최소 101.6㎜ 이상, 원통은 지면으로부터 최소한 25㎜ 아래로 묻혀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대회가 열렸던 떼제베 골프장 홀의 컵은 직경이 6㎜ 큰 114㎜였고 깊이도 규정보다 얕았다.
떼제베 골프장은 대부분의 홀에서 규정과 다른 컵을 몇 년 동안 쓰고 있었는데 상식적으로 웬만한 골퍼라면 규정보다 6㎜의 큰 차이를 알 수 있을 텐데 경기위원회가 필수 체크사항이고 답사도 했을텐데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
사진제공=한국레저신문DB
국내에는 아직도 규정보다 큰 홀 컵을 사용하는 골프장이 공공연히 있다. 홀 컵이 크면 퍼트가 쉬워지고 골퍼는 스코어가 좋아져 기분이 좋고, 골프장은 라운드 시간이 줄어 손님을 더 많이 받아 수익이 늘어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어 홀 컵의 유혹에 빠져들기가 쉽다.
다만, 일부 골프장이 특정 홀에 골퍼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이벤트 홀을 정해 규정보다 큰 컵을 쓰는 일이 간혹 있는데 이를 사전에 알리고 진행하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홀 컵의 직경을 108mm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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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컵은 토끼굴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보니 홀 컵 규정이 정해지지 않은 초창기에는 정확한 기준이 없이 골프장마다 홀 크기가 제각각으로 골프코스에 따라 스코어 차이가 심했다. 이에 규격이 같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어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1893년 스코틀랜드 머슬버러클럽의 홀 크기가 최적이라고 결정했다.
머슬버러골프클럽(The Royal Musselburgh Golf Club)은 1829년부터 주변 해안가에 설치된 파이프를 잘라서 홀을 뚫는 공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바로 이 파이브 사이즈가 지름이 108mm(4.25인치)다. 이후 주변 골프장에서도 따라하에 되어 오늘날의 홀 컵 직경이 되었다고 한다.
파이프로 그린에 구멍을 뚫어 홀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비가 오는 등 기상 악천후에 홀이 무너지는 일이 잦았다. 선수이자 그린키퍼 톰 모리스가 아이디어를 내서 구멍을 판 뒤 금속이나 플라스틱 재질의 원통 컵을 넣어 홀의 모양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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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곰’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일반인에게 골프가 너무 어려우니 퍼트라도 재미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8인치 홀을 뚫어놓고 몇 차례 이벤트 대회를 열기도 했다. 오래전에는 골프용품사 테일러메이드는 “초보자가 골프를 좀 더 쉽게 즐기고, 라운드 시간을 줄이기 위해 홀의 크기를 늘려야 한다”면서 큰 홀 쓰기 캠페인도 했다.
골프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인생과 비유하는 것은 인간 세상사의 108번뇌를 모두 담고 있는 운동이라서 108mm라는 홀 컵의 직경을 신이 내려주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108mm 홀 컵 사이즈는 골프공이 들어있는 상태에서 성인 남자 손으로 꺼낼 수 있는 최소의 크기로 기가 막히게 만들었다고도 한다.
대부분의 아마추어골퍼들은 많이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동일한 골프코스에서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 홀마다 홀 컵의 크기가 달라져 보인다. 어떤 홀은 홀 컵의 크기가 작아 보이고 어떤 홀은 홀 컵이 크게 보이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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