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수 칼럼니스트] 골프를 흔히 멘탈게임이라고 한다. TV에 나오는 프로골퍼들을 보면 경기 내내 얼굴표정의 변화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버디를 잡아도, 미스 샷을 해도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그래서일까 미스 샷 이후 바로 스코어를 회복한다. 아마추어가 미스 샷 이후 멘탈이 무너져서 나락으로 빠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좋은 선수가 되고,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해서는 평정심을 잘 유지해야 한다.
평정심 유지를 강조하는 사자성어 중에 ‘시역과의(是亦過矣)’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한자로 역 번역한 것으로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영원한 것은 없으니 일희일비 하지 말고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의미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동양권에서는 중국 남송 시인 양만리(楊萬里)의 납전월계(臘前月季)라는 시에서 유래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는데 추후 ‘권불십년(權不十年)’과 함께 사용되며 ‘아무리 높은 권력도 십 년을 가지 못하고, 붉게 핀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 (權不十年 花無十日紅)’라는 말로 더욱 많이 인용되고 있고, 서양권에서는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이스라엘의 다윗 왕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다윗이 반지 세공사를 불러 자신을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도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반지 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으나, 빈 공간에 새겨 넣을 글귀를 며칠간 고민하다가 현명하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에게 도움을 청하였는데 이때 솔로몬 왕자가 알려준 글귀가 바로 'This, too, shall pass away.'였다고 한다.
인간이 흔하게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바로 현재가 영원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그 기쁨이 영원할 거처럼 자만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는 그 슬픔 또한 영원할 거처럼 절망한다.
필자도 군입대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청년기를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평정심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 글귀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나는 항상 기쁜 일이 생길 때이든, 슬픈 일이 생길 때이든 과도하게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말자며 내 마음을 다스렸다. 그 결과 지금도 남들보다 큰 감정의 기복과 마음의 상처 없이 중년을 평안하게 보내고 있는 듯하다.
끝으로 모 대학병원 신경정신과 의사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이글을 마치고자 한다. ‘왠지 마음이 불안하거나 붕 뜬 느낌에 사로잡혔을 때는 기도 또는 명상을 권장한다. 기도는 기독교의 주기도문이든 불교의 염불이든 상관없다.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내가 존경했던 분들을 생각하며 명복을 빌고 도와달라고만 해도 된다. 모든 기도는 결국 한 점으로 귀결된다. 스스로 잘못을 회개하고, 더 크고 밝은 영적 성장을 구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적 다짐을 고백하고, 자신에게 힘이나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에 전적으로 자신을 귀의시키며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눈앞의 상황이나 기분에 흔들리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담담히 처리하며 앞으로 계속 나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여러분도 이제부터 마음의 평정심이 필요할 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며 기도나 명상을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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