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문학, 오사카 사람보다 한국인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자 소설 '물방울' 등 출간한 日 작가 메도루마 슌
오키나와 문제·제국주의 폭력 지적해온 실천적 작가

김대현 승인 2023.09.13 19:25 의견 0
사진제공=은평구청

[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천황을 비판하는 소설을 쓰면 제 신변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굴하지 않습니다. 천황의 전쟁 책임을 묻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의 책임을 묻는 일이기도 하지요."(메도루마 슌)

올해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받은 일본의 소설가 메도루마 슌(63)은 오키나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그는 일본의 역사에 완전히 편입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 지역에 대한 일본 본토인들의 식민지적 차별과 억압, 미군 주둔 문제 등의 모순과 부조리를 끊임없이 소설과 평론 등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메도루마 슌은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 간담회에서 우경화한 일본 사회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와 천황의 책임 문제 등을 비판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1930년생인 제 부친이 14세 때 오키나와 전쟁에 동원됐어요. 당시엔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걸 소학교부터 철저히 주입했습니다. 아버지는 2차대전 패전 후 천황이 자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에 계속 분노하셨어요. 천황의 전쟁 책임은 무겁고 처벌하는 게 도리였지만, 쇼와 천황(히로히토)은 결국 처벌받지 않고 세상을 떴습니다."

메도루마는 "아베 신조 총리 재임 시부터 일본이 매우 우경화되며 사회가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에서 천황을 비판하면 우익이 나타나 위해를 가한다"면서 "나는 이런 것에 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메도루마는 1983년 등단작 '어군기' 이후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문제, 오키나와에 대한 폭력과 차별 등을 거침없이 비판해왔다.

주요 작품으로는 '혼 불어넣기', '물방울', '무지개 새' 등이 있으며, 1997년 '물방울'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오키나와의 비극적 역사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내 일본 문단에서도 높은 위상을 가진 작가로 꼽힌다.

작품활동 외에 오키나와 미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오키나와 미군의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발언해왔다.

"본래 류큐 왕국이었던 오키나와는 메이지 정부에서 식민지가 되고, 이후 미군에 의해 점령됐어요. 현재도 미군기지가 오키나와 곳곳에 집중돼 있어서 여러 사건과 불행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요. 오키나와에서 산다는 것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그런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일입니다. 한국과 오키나와는 미군기지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그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메도루마는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일본 정치인들이 해결할 방안들이 여럿 있었는데 방류를 택한 것은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서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는 이상한 점이 매우 많다. 시민들이 규탄하고 막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주의 혹은 제국주의적 폭력의 문제에서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작품 활동과 사회적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 계속 싸우는 것은 물론 피곤한 일이지만, 그런 노력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저도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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