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四子成語)와 레저] 『불광불급(不狂不及) 그리고 과유불급(過猶不及)』

워라밸, 일과 휴식의 조화로운 삶을 위하여

한국레저신문 승인 2023.07.11 08:01 의견 0

[김효수 칼럼니스트]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이 연봉과 워라밸(work-life balance) 중에서 워라밸을 더 중시한다고 한다. 그만큼 워라밸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워라밸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지 주 52시간 또는 18시 땡하면 무조건 칼퇴 해야만 워라밸을 잘 지키는 것으로 생각하는 거 같다. 그러다 보면 직장내에서 업무의 집중도와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은 워라밸을 부연 설명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불광불급(不狂不及)과 과유불급(過猶不及)에 대해 알아보고, 필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워라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워라밸'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여성 노동자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던 시기에 처음 등장했다.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의 업무를 함께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에서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와 관련된 제도를 강화하고 유연한 근무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근로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조화롭게 유지하여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조직 내에서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미친 듯이 열정적이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자성어는 조선 초의 명필가인 최흥효(1370~1452)의 다음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최흥효가 어느 해 과거시험 도중 답안지를 쓰는데 우연히 한 글자가 왕희지의 글씨처럼 자기 자신이 도취할 정도로 잘 쓰여졌다고 한다.

평소에는 아무리 연습해도 안 되던 글자였다. 그는 답안지를 쓰다 말고 자기 글씨에 도취되어 가만히 앉아 그 글자만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그 글씨가 너무 아까웠던 그는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고 그냥 품에 넣고 돌아오고 말았다. 우연히 같게 써진 한 글자 앞에서 그는 입신양명의 꿈마저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미친 짓을 하고 만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의 대화에서 유래한다. 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중 더 어진 사람은 누구인가요?"라고 물었다.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라고 대답했고, 자공은 이해하지 못해 "자장이 더 낫다는 말씀이신가요?"라고 물었다. 공자는 "과유불급, 즉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즉 중용(中庸)의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워라밸은 work와 life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work)할 때 불광불급의 자세로 미친 듯이(狂)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막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주변에 흔치 않다. 그들 대부분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막연한 의지의 표현으로만 생각한다.

진정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속된 말로 젖먹는 힘까지 쏟아부으며 일을 행하는 것으로 그 결과는 기력이 소진되어 목숨만 간신히 붙어 있게 될 것이다. 그 지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한 사람은 설령 임무완수를 못 했다 하더라도 상급자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사람이 누리는 life(취미나 여가생활)는 더 달콤하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여가 시간은 과유불급의 자세로 보내야 한다. 여가는 직업상의 일이나 필수적인 가사 활동 외에 남는 자유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여가 시간이 직장이나 필수적인 가사 활동 시간을 침해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직장 일과 사생활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고 스스럼없이 넘나들며 주변 동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따라서 레저나 여가활동은 과유불급의 의미처럼 너무 과하지 않도록 정도(程度)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과 레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으며 균형적인 생활을 도와준다. 레저 활동을 통해 휴식과 회복을 취하고, 창의성과 독창성을 발전시키며, 몰입의 경험을 즐기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워라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work와 life의 균형을 유지하되, 일할 때는 불광불급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업무를 완수하고, 이후의 여가활동은 과유불급의 의미를 되새기며 본업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한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전 직장에서 많이 외쳤던 워라밸 구호를 외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할 때는 팍! 쉴 때는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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