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벌어진 한국대사관 앞 풍경.... 관광 비자 번호표까지 등장

1일 주일한국대사관 한국 관광 비자 신청서 접수 시작
31일 저녁부터 밤샘 대기도 불사, 205명 번호표 배부

김대현 승인 2022.06.04 06:18 의견 0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일본에서 한국 관광 비자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주일한국대사관 앞에서 일본인들이 밤샘 대기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개별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1일 각지의 재외 공관에서 비자(사증) 신청서 접수를 시작했다.

일본 T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도쿄도 미나토구에 위치한 주일한국대사관 영사부는 한국 관광비자를 받기 위한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대기자들은 전날 저녁부터 바닥에 시트를 깔고 기다렸고,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밤새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줄은 점점 길어져 다음날 오전 9시쯤에는 이미 400여명이 늘어서 있었다.

신청자가 몰리자 영사부는 접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번호표를 배부하고 나머지 사람은 다음에 신청하도록 안내하고 돌려보냈다. 비자 신청서를 내지 못한 시민 중 일부는 다음날 제출을 위해 영사부 인근 인도에서부터 긴 줄을 지어 밤샘 대기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 방문을 희망하는 일본 시민은 대체로 한국에 가족, 연인이 있거나 한류 콘텐츠 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 비자 접수는 일본 야후재팬,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단연 화제였다. 한국 대사관은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됐으며, 대사관 인근의 인파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트윗이 이어졌다.

“비자 신청을 위한 철야조 등장”, “대단한 행렬이다”, “오전 6시에 도착했지만 번호표가 100번이었다” 등의 글을 게재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대사관 영사부는 아침에 문을 열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서 인지 현장에서 비자 신청자 수를 200명으로 제한했다.

배경택 도쿄 총영사는 “코로나19 확산 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이 연간 300만명이다. 과거에는 무비자라 이런 수요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보니 일일 비자 신청 건수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사관 측은 현재 8명인 비자 담당 인력을 다음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비자 발급까지 최소 3주에서 4주가량 걸릴 것이라고 했다.

주오사카 총영사관도 비슷한 상황이다. 조성렬 총영사는 “비자 담당 직원을 3명에서 7명으로 늘렸고, 인터넷 방문예약제도 실시 중”이라며 “발급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신청이 폭주해 적어도 2주는 걸릴 것 같고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 욕구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일본지역센터장 겸 도쿄지사장은 “한국에 관심이 깊어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던 일본인들이 만들어 낸 진풍경”이라며 “당장은 젊은 여성들이 중심이지만 금방 전 연령층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지난날 26∼31일 실시한 인터넷 조사(응답자 1677명) 중 비자를 받아서라도 한국에 가겠다는 응답이 22.2%에 달했다. 올해 안에 방문하고 싶다는 응답은 55%에 달했다.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3월 이후 중단된 무비자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광업체 관계자는 “한동안 비자 신청이 폭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언제까지 밤을 새며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며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3월 한국인에 대해 적용했던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 제도를 중단했고, 우리 정부 역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인의 무비자 입국을 금지했다.

현재도 관광비자가 재개됐을 뿐 무비자 입국은 불가능한 상태다. 일본이 무비자 체류 제도의 효력을 중단한 상황에서 한국만 일본인에 대해 무비자를 허용하는 것은 상호주의에 어긋나서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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