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넓은 무대 위 감미로운 목소리만으로 홀로 선 가수와, 1만5000석을 매진시키고 떼창으로 무장한 관객. 싱어송라이터 라우브(LAUV)가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연 첫 단독 내한 콘서트는 가수와 관객이 서로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90분이었다.

라우브는 2015년 데뷔한 1994년생 미국의 가수 겸 작곡가·프로듀서다. 자작곡을 블로그 등에 올려 명성을 얻었다. 에드 시런, 트로이 시반, 앤 마리 등 팝스타들과 협업했고, 방탄소년단(BTS)과도 'Make It Right' 'Who' 등의 곡에서 목소리를 맞췄다.

한국에는 두 차례 페스티벌 무대에 선 끝에 세계 투어 '라우브 더 비트윈 앨범스' 일환으로 단독 무대에 올랐다. 한국 사랑이 남달라 자신의 이름을 '나민혁'으로 짓고, 게맛살을 좋아해 왼쪽 팔뚝에 한글로 '맛살' 타투까지 새긴 유별난 아티스트다.

이날 그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이 웅장하게 울려 퍼진 뒤 무대에 등장했다. 전광판에는 영어로 '나는 머리를 비우고 순간에 집중하려고 음악을 한다. 오늘 밤 여러분도 그랬으면 한다' '여러분을 위해 왔다. 좋은 시간 보내고 서로를 돌보자'는 내용의 진심 어린 메시지를 띄웠다.

첫 곡 'Love U Like That'부터 CD를 튼 듯한 특유의 음색과 성량을 자랑하면서 무대 좌우를 휘젓고 관객과 인사했다. 화려한 무대 효과도, 밴드 세션도 없이 마이크만 들고 무대를 누볐다. 'Paris In The Rain' 'Chasing Fire' 'All 4 Nothing' 'I'm So Tired' 등 음원차트를 휩쓸었던 20여 명곡 열전이었다.

라우브는 '안녕 Korea'라는 짧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데 이어 공연 내내 'I love you' 'Amazing night' 등의 말을 감탄사처럼 내뱉었다. 하도 뛰어다니면서 노래를 부른 탓에 숨을 몰아쉬거나 "너무 더워 재킷을 벗고 싶다"고 소탈한 소통을 하다가도, 곡이 시작되면 탄탄한 라이브 실력을 자랑했다.

공연 중간 플로어 좌석으로 내려가 관객을 끌어안기도 했다. 전자 반주 없이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완성한 자전적인 곡 'Drugs & The Internet' 순서에선 팬들도 휴대전화 라이트로 객석을 밝혔다.

라우브가 피아노를 치며 'Steal The Show'(영화 '엘리멘탈' 배경음악)를 부른 순서엔 무대 위로 남녀 커플이 등장해 청혼하는 깜짝 이벤트도 연출됐다. 갑자기 등장한 일반인 커플에 일순간 객석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퍼진 것도 사실. 그러나 이내 라우브가 '네가 하늘이 되면 나는 날씨가 될게'라는 로맨틱한 가사의 사랑 노래를 부르고 남성이 한쪽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하자, 관객 대부분이 떼창으로 축하를 보냈다.

앙코르 마지막 곡인 'I Like Me Better' 순서에도 객석의 흥은 잦아들긴커녕 오히려 고조됐다. 지정석 관객까지 모두 일어나 떼창을 불렀다. 라우브는 양손으로 작은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가 하면 손으로 입을 막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큰 사랑을 느꼈어요. 이곳 무대에 설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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