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저신문 오만상 칼럼니스트] 지난 주말에 모처럼 친한 지인들과 필드에 나갔다. 일행중 A씨가 평소보다 골프 스코아가 잘나와 우쭐하기에 비결을 물어보니 웨지와 드라이버를 교체했더니 공이 잘맞는거 같다고 하면서 클럽을 자랑하였다.

필자도 호기심에 A씨 골프백을 보면서 혹시나하는 생각에 A씨 클럽을 세어봤는데 클럽 개수가 16개가 들어 있었다. 기존 골프백에 새로 구입한 드라이버와 웨지를 넣다보니 이런 실수를 한 것이다. 아마추어들이 저지르기 쉬운 골프룰 위반사례이다.

최고 기량을 겨루는 프로골퍼들도 간혹 실수하여 큰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요즘 TV 방송과 예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박세리가 2003년 한일 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서 클럽을 16개 넣고 출발했다가 이 사실을 발견한 4번 홀에서 자진 신고해 4벌타를 받았고, KPGA 2009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 강욱순은 자신도 모르게 캐디백 안에 들어있던 웨지 한개 때문에 4벌타를 받았다.

전세계 골퍼들의 꿈의 무대인 메이저 대회에서도 발생하였다.

2017년에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이언 우즈넘(Ian Woosnam, 웨일즈)은 2001년 디오픈에서 2번 홀 티샷을 하려다 드라이버 2개 포함 15개의 클럽이 있는 것을 알고 2벌타를 받았고, 우디 오스틴(Woody Austin, 미국)이 2013 PGA챔피언십에서 클럽 초과로 4벌타를 받은 사례가 있다.

사진제공=한국레저신문DB

R&A 골프규칙 4.1b (클럽 개수의 한도)에 의하면 ‘플레이어는 14개가 넘는 클럽을 가지고 라운드를 시작해서는 안 되며, 라운드 동안 14개가 넘는 클럽을 가지고 있어서도 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규칙 4.1b의 위반에 대한 페널티는 ‘매치플레이에서의 페널티는 라운드 당 최대 두 홀까지 홀을 뺀다. 스트로크플레이에서의 페널티는 플레이어는 위반이 일어난 각 홀에 대하여 일반 페널티(2벌타)를 받으며, 라운드 당 최대 4벌타(위반이 일어난 첫 두 개의 홀에 각 2벌타씩 추가)를 받는다.‘라는 규정이 있다.

대한골프협회에서 발행한 R&A 골프규정집./사진제공=대한골프협회 홈페이지

그럼 언제부터 골프 클럽개수가 14개로 제한하였을까?

1900년대 초까지도 스틸샤프트가 없던 시절이라 나무 재질의 샤프트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규격이 적용되기 어려웠기에 클럽의 개수에 대한 규정이나 제한이 없었고 대부분 10개 이내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1922년부터 스틸 샤프트가 등장하면서 골프경기에 혁명적인 커다란 변화가 생기게 된다. 스틸 샤프트가 최초 등장한 4년 후 1926년에는 오늘날과 같은 1번에서 9번까지 각각의 번호가 매겨진 아이언 세트가 최초로 등장했다.

스틸샤프트가 등장한 이후 좋은 경기 결과를 얻기 위해 장비에 대한 투자로 1930년 중반까지 대부분의 골퍼들은 평균 25개의 클럽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심지어, 30개가 넘는 클럽을 준비하여 카트가 없던 시절에 캐디들이 무거운 클럽을 짊어지는 수난을 당했다고 한다.

캐디들의 무거운 캐디백에 대한 고충 제기와 많은 클럽으로 인한 불평등과 스코어 공정성에 대한 문제 등으로 USGA(미국골프협회)는 1935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 1938년에 USGA가, 1939년에 R&A가 클럽개수를 14개로 제한하는 규칙을 채택했다.

14개로 규정한 명확한 설명은 없는데 1더즌 12개에 퍼터 1개를 더해 13개로 하려다가 "13이라는 숫자는 불길하다"며 1개를 추가했다는 설이 있다.

골퍼는 골프백에 14개 이상의 클럽을 넣으면 안되지만 14개 이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진제공=한국레저신문DB

예전에 선배 한분은 골프백에 클럽을 8개만 가지고 다녔다. 드라이버, 5W, 5I, 7I, 9I, PW, SW, 퍼터만 가지고 운동을 하지만 늘 80대 초중반 스코아를 기록하였다. 클럽 선택의 시간을 줄여 골프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아마추어골퍼에게는 클럽 개수가 많다고 경기에 유리하지도 않으며 골프스코아는 골프 클럽 개수와 비례하지도 않는 것 같다.

‘내 샷을 의심한 적은 있지만, 내 클럽을 의심하지는 않는다.’는 잭 니클라우스의 골프 명언이 있다.

미스 샷의 원인을 나 자신의 잘못된 스윙 자세나 습관에서 찾아야지 클럽이나 코스, 환경등 외부에서 찾아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또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새로운 골프 장비 구입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보다는 기존 장비를 점검하고 틈틈이 골프연습을 충실히 하는게 아마추어 골퍼에게 필요한 우선순위가 아닌가 생각된다.

​골프 유머에 ‘골프가 안 될 때 미국인은 이론 공부를 하고, 일본인은 연습장에 가는데, 한국인은 프로숍으로 간다’고 한다. ‘실력은 뒤져도 장비는 뒤질 수 없다’는 대한민국 골프의 웃픈(웃기면서도 슬프다) 현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진제공=한국레저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