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칸 영화제 폐막. 칸에서 날아오른 여성 감독들...

佛 쥐스틴 트리에 감독 황금종려상
‘칸의 남자’ 송강호, 여우주연상 시상
남우주연상은 야쿠쇼 고지가 받아

김대현 승인 2023.05.29 16:36 의견 0
사진제공=EPA 연합뉴스

[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내가 칸에 처음 온 1963년엔 경쟁 부문에 여성 감독이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칸 영화제는 기록에 남을 만했다. 언젠간 이런 일이 평범한 일이 될 것이다.”

27일(현지 시각) 폐막한 제76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시상자로 나선 제인 폰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 날 폰다에게서 황금 나뭇가지가 올려진 투명 크리스털 트로피를 받은 주인공은 영화 ‘아나토미 오브 어 폴(Anatomy of a fall)’을 연출한 프랑스 여성 감독 쥐스틴 트리에(45). 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여성 감독이 받은 건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언, 2021년 ‘티탄’의 쥘리아 뒤쿠르노에 이어 트리에가 세 번째다. 올해 칸엔 경쟁 부문 21편 중 중 7편이 여성 감독 작품으로 칸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은 남편 살인 혐의로 기소된 소설가의 치열한 법정 공방 이야기다.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영화제 소식지(스크린데일리)에 실린 평단 점수가 둘째로 높았다(4점 만점 중 3점). 황금종려상은 심사위원회 결정에 달려 있어 이 점수가 그대로 반영되진 않지만, 평단과 심사위원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날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트리에는 프랑스 예술의 상업화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에 대해 비판하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는 “우리는 젊은 감독들에게 15년 전 내가 가졌던 것처럼 실수를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을 줘야 한다”고도 했다.

심사위원 대상은 영국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의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심사위원상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폴른 리브스’가 받았다. 폴른 리브스는 영화제 기간 가장 높은 평단 점수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상은 ‘더 포토푀’를 연출한 베트남 출신 프랑스인 쩐아인훙.

쉘 위 댄스’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국민 배우 야쿠쇼 고지는 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 시나리오를 쓴 사카모토 유지도 각본상을 받으면서, 일본은 올해 본상을 2개 가져갔다. 여우주연상은 ‘어바웃 드라이 그라시스’를 주연한 튀르키예 배우 메르베 디즈다르에게 돌아갔다.

올해 한국 영화는 경쟁 부문 진출엔 실패했다. ‘화란’의 김창훈 감독, ‘잠’의 유재선 감독이 각각 ‘주목할 만한 시선’과 ‘비평가 주간’에 초청돼, 그해 가장 뛰어난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 가능성이 있었으나 불발됐다.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라 시네프’ 부문에서 2등을 한 ‘홀’의 황혜인 감독만 유일한 수상자가 됐다.

이날 여우주연상 부문 시상은 배우 송강호가 했다. 그는 “배우나 예술가의 삶을 생각해보면 기쁨과 고통의 시간이 공존하는 것 같다”며 “이 무대 위의 기쁨을 위해 그 긴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견디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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