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日발간. 6년 만에 신작, 수십명 팬들 서점서 카운트다운

김대현 승인 2023.04.13 22:26 의견 0
사진제공=신초샤 홈페이지

[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6년 만에 장편소설 <街とその不確かな壁(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13일 일본에서 출간했다.

신간 소설은 무라카미 작가가 1980년 문예지에 발표한 중편과 동명의 소설이다. 그간 책으로 발간되지 않아 팬들 사이에서는 ‘환상의 소설’로 불리던 작품이라 이번 출간이 큰 이목을 끌고 있다.

무라카미 작가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안에 있는 사춘기 같은 것을 그리고 싶었다”라며 신작 소설을 발표한 계기를 전했다.

신작 소설 <街とその不確かな壁>는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거리에 있다고 말하는 소녀를 생각하고 있던 ‘나’의 10대 추억 그린다. 또 소녀가 사라져 상실감을 안은 채 중년이 된 ‘나’가 소녀가 이야기하던 이상한 거리로 파고드는 이야기가 병행되기도 한다.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의 필체가 고스란히 집약된 소설로 예측된다.

일본 신초샤(新潮社)를 통해 공개된 하루키의 신작은 40여 년 전 한 문예지에 발표한 동명의 중편 소설을 개작한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아 하루키의 팬들 사이에서는 ‘봉인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루키는 출간 기념 현지 간담회에서 이제야 그 ‘봉인’을 풀게 된 것에 대해 “그때는 소설 쓰는 법을 몰랐다. 글 쓰는 훈련이 안 돼 있어서 오로지 감각으로 썼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해변의 카프카’를 쓰기 직전인 2000년부터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느꼈고, 그로부터 다시 20년이 지난 2020년 “미완성 작품을 슬슬 다시 써도 되지 않을까”라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루키 작품으로는 드물게, 13일 전자책으로도 판매가 시작된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는 17세의 ‘나’와 나이를 먹어가는 ‘나’가 번갈아 등장한다. 두 세계는 ‘벽’을 사이에 두고 존재하며, 그 안과 밖에서 ‘나’는 어디로 갈지 방황한다. 이때 40대의 ‘나’가 찾아가는 마을이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쿠시마(福島) 지역이라는 게 주목된다.

그는 전직 도서관장, 카페 여주인, 도서관을 찾아온 소년 등과 만나게 된다. 이들은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하루키가 보여주고 싶은 ‘거리’와 ‘벽’이 어렴풋이 잡히는 지점이다.

세계정세를 비판하며 인류가 해결해야 할 ‘벽’을 강조했던 하루키는 이번 소설 속 ‘벽’에 대해 “베를린 장벽처럼 실제 세계를 나누는 벽,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벽,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벽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안에 있는 사람이 바뀌면 그 형상과 목적도 달라지는 ‘불확실한 벽’에 가깝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0일 출판사를 통해 공개된 하루키의 신작 발표 소감에 따르면 그는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3월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외출이나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 소설을 쓰는 데 집중했으며 “그것은 ‘꿈의 도서관’에서 ‘옛꿈’을 읽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서 하루키는 자신의 책이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했다.

“러시아에서 내 책 여러 권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러시아 독자들이 많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6권이 번역돼 나왔죠. 저는 내 책의 독자들이 전쟁을 결코 환영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사진제공=신초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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