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감독 한국드라마 도깨비 장면서 힌트
“정치는 요동쳐도 문화는 강하게 연결되길”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감독 방한
“드라마 ‘도깨비’ 보고 힌트 얻어”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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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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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한국과 일본은 거리나 동네 풍경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풍경은 사람들 마음이 반영돼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한국과 일본 국민의) 마음의 형태가 유사한 것 아닐까 합니다.”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방한한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애니가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를 두 나라의 공통점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일본 애니를 많이 보고 일본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즐긴다”며 “서울에 와서 거리를 보면 (과거가) 그립다는 느낌도 들고 어느 부분은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인 상황은 서로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어요. 파도처럼 반복됩니다. 하지만 문화는 서로 강하게 연결돼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슬램덩크’는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귀멸의 칼날’이 순항한 데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일본 애니들이 흥행 릴레이를 하고 있다. ‘슬램덩크’는 30~40대, ‘귀멸의 칼날’은 20대, ‘스즈메의 문단속’은 10대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게 특징. 일본 애니가 거의 모든 세대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제공=쇼박스
‘스즈메의 문단속’은 10대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터지는 재난을 막느라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는 이야기다. ‘색과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신카이 감독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일본에서 트리플 천만 감독에 등극했다. 하지만 2019년 ‘날씨의 아이’는 노재팬(일본상품 불매) 운동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 흥행이 저조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경쟁할 만한 한국영화가 없는 비수기지만 일본 애니 3편이 예매율 1~3위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라며 “남성 관객(53.4%)이 많은 ‘스즈메의 문단속’과 여성 관객(56.2%)이 많은 ‘슬램덩크’는 ‘여성이 주인공이면 여성 관객이 더 본다’는 선입견을 깬다. 젊은 관객은 (정치 문제를 떠나) 좋으면 그냥 본다는 게 증명됐다”고 했다.
신카이 감독은 문을 중요한 요소로 사용한 이유를 묻자 “한국 드라마 ‘도깨비’(tvN, 2016~2017)를 봤을 때 문 사용 방법이 인상적이어서 힌트를 얻었다”고 답했다. “우리는 매일 문을 열고 닫으며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재난은 그 일상을 단절시키지요.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과 문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흥행 감독이 된 뒤 어떤 책임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일본 전체의 트라우마라 할 수 있는 지진을 엔터테인먼트로 그려내면서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이제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완수한 기분”이라고 했다. 다리가 하나 없는 의자가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재난의 상징이라 불안정하지만 움직임은 코믹해 이 영화의 온도를 올려줄 것이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청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우리 현실도 비슷하구나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는 지진은 없지만 재해나 사고는 있을 테니까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상이 단절됐을 때 사람이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꿋꿋하게 살아가는지 그린 영화입니다.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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