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 새단장, 천년 지나도 변치 않는 '은은하면서도 맑은 하늘빛' 고려청자 매력 알린다

김대현 승인 2022.11.24 06:03 의견 0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은은하면서도 맑은 빛. 1123년 고려를 찾은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이 송나라 청자의 색과 구별하면서 불렀다는 '비색'(翡色)은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사전적 의미 자체가 '고려청자의 빛깔과 같은 푸른색'인데,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감상평을 남기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은 그 색을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 맑은 하늘빛'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천년이 지나도 찬란한 빛을 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자리 잡은 고려청자가 한 공간에 모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약 1년에 걸쳐 새로 단장한 상설전시관 3층 청자실을 22일 언론에 공개했다.

재개관을 하루 앞두고 이날 찾은 청자실에는 국보 12점, 보물 12점 등 총 250여 점의 청자 유물이 관람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따르면, 개편의 핵심은 청자실 안에 특별히 마련한 '고려비색' 공간이다. 비색(翡色) 청자는 은은하면서도 맑은 비취색을 띤 절정기의 고려청자를 말한다. 이 공간은 고려 비색청자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몰입형 감상공간이다.

비색청자 중에서도 비색과 조형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상형청자 18점(국보 5점·보물 3점 등)을 엄선해 공개한다.

박물관은 이 공간을 조성하면서 시각적 요소를 절제해 관람객이 전시품 감상에 몰입하도록 했다. 이곳에 들어서면 음악과 함께 세계적인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상형청자의 조형성과 아름다운 비색에 빠져들 수 있다.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 '블루 셀라돈(Blue Celadon)'이 나직이 펼쳐진다.

전라북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수집된 상감청자 조각들도 선보인다. 현재 조각으로는 남아있으나 완형의 예가 전하지 않는 유일한 것들이다. 이 상감청자 조각들에는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풍경 등 자연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희귀한 상감청자 무늬를 모티프로 삼은 서정미 넘치는 일러스트 영상 '자연을 즐기다'는 김영준 작가가, 자연의 일부같은 이끼 연출은 오수 작가가 담당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모두를 위한 박물관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점자지도와 상감청자 제작과정을 담은 촉각전시품 등을 설치해 취약계층의 접근성 향상에도 만전을 기했다.

새롭게 탈바꿈한 청자실은 상설전시관 도각공예실 3층에 위치해 있으며, 11월과 12월 매주 수요일 저녁에 큐레이터와의 대화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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