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소리연구원, 동학농민혁명의 길 따라 ‘녹두장군 전봉준’ 완판 창작판소리 공연

서울 공연, 11월 19일(토) 오후 3시 서울 돈화문국악당
정읍 공연, 12월 10일(토) 오후 3시 정읍 연지아트홀

유인수 승인 2022.11.10 18:39 의견 0
창작판소리연구원의 완판 창작판소리 녹두장군 전봉준 창본: 임진택./사진제공=뉴스와이어


[한국레저신문 유인수기자] 동학농민혁명을 진두지휘한 ‘녹두장군 전봉준’이 창작판소리로 다시 태어나 무대에 오른다.

창작판소리연구원(원장 임진택)이 동학의 탄생과 과정을 비롯해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주도한 전봉준의 활약상을 창작판소리로 재구성해 관객들에게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3개 지역에서 투어 형태로 열리는 공연은 10월 28일(금) 고부 전봉준 고택에서 시연회를 시작으로 △11월 10일(목):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11월 19일(토): 서울 돈화문국악당 △12월 10일(토): 정읍 연지아트홀에서 각각 열린다.

이번 작품은 무능한 왕권과 세도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가련한 백성을 구하고자 했던 수운 최제우의 주유천하와 깨달음으로 문을 연다. 해월 최시형의 포교 활동에 이어 녹두장군 전봉준의 등장과 함께 동학농민혁명의 전개 과정이 그려진다.

총 3부로 구성되는 이 공연의 1부는 ‘탐학을 금(禁)해주시오’를 주제로 교조 신원과 고부 봉기를, 2부는 ‘고통받는 민중은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를 주제로 무장기포와 백산포고, 황토현 전승, 전주성 입성을 다룬다. 3부는 ‘갑오세 가보세’를 주제로 집강소 설치, 남·북접 합작, 우금치 전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진택 원장은 오늘날 다시 동학을 조명하는 이유에 대해 “갑오년의 농민 봉기, 반외세 투쟁과 더불어 지금 다시 부각돼야 할 중요한 가치는 동학의 사상과 조직 그 자체다. 동학사상이 뭐냐고 물으면 평등, 민권, 정의, 공정 등의 보편적 가치와 함께 민족자주 정신을 꼽을 수 있다.

지금 이 시대(기후위기와 팬데믹, 핵전쟁의 위기)에 가장 부각돼야 할 가치는 생명사상이다. 시천주, 사인여천, 인내천이란 동학의 핵심 교리는 이원론적 세계관에 대응하는 일원론적 세계관 즉, 생명의 세계관으로서 이는 천동설을 부정한 지동설만큼이나 파천황적인(코페르니쿠스적인) 발견이요 자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한류 한류 해쌓는데, 동학사상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한류”라며 “동학의 조직(포접제, 집강소)은 빠리꼼뮨에 비견되는 공동체적 결속과 민중 자치를 실현한 세계사적 귀감이다. 판소리로 풀어낸 동학농민혁명사 녹두장군 전봉준은 기실 혁명을 넘어서는 개벽의 세상을 감지하고 모색하는 만남의 장이 되고자 한다”고 작품을 만든 취지를 설명했다.

창작판소리 녹두장군 전봉준은 주제별로 국내 최고의 기량을 갖춘 명창 3인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1부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이자 판소리 ‘수궁가’ 예능 보유자인 왕기석 명창이 맡고, 2부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이자 판소리 ‘심청가’ 예능 보유자인 송재영 명창이 맡아 소리한다. 이어 3부는 오랜 기간 동학에 천착하며 이번 작품의 창본을 완성한 광대 임진택이 장식한다.

1970년대~1990년대 △소리내력 △똥바다 △오월광주 등 군사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창작판소리로 시대정신을 노래한 민중 광대 임진택은 창작판소리 열두바탕의 서원을 세우고 최근 백범김구, 정약용, 윤상원, 장보고, 전태일, 안중근 등 역사적 인물의 삶과 정신을 소리로 재탄생시킨 바 있다.

특별히 무대에 설치하는 병풍·걸개그림, 무대 영상에 △여운 △김정헌 △임옥상 작가의 작품이 참여했다. △고 여운 화백이 남긴 대작 ‘동학(1982)’ △김정헌 화백의 명작 ‘땅을 지키는 사람들’, ‘땅의 사람들’ △임옥상 화백의 ‘모로 누운 돌부처’, ‘들불’, ‘땅’, ‘새’ 등의 걸작이 걸개·영상으로 사용된다.

한편 이 공연은 정읍시가 주최하고 창작판소리연구원이 주관하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의 후원으로 이뤄진다.

◇ 창작판소리 녹두장군 작품 대사

전봉준 누구인가, 암울한 시대 한가운데
횃불처럼 우뚝 서서 피투성이로 싸운 사람
그 어떤 고통도 두려워 하지 않은 사람
누구보다도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은 사람
그대 들것에 실려 처형장으로 끌려갈 때
누군가 찍은 사진 속에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우리들 모두 알아챘네.
그대들이 지른 들불은 결코 꺼질 수 없는
우리 민족사의 절정이요 모든 민중들의 희망이니,
이제 우리 스스로 활활 타오르겠네.
도도한 역사의 들불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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