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떠돌던 ‘독서당계회도’. 490년 전 옥수동 독서당 담은 조선 산수화 귀환

일본 갔던 1531년 작품 뉴욕 경매서 3월 매입, 국내 첫 공개

김대현 승인 2022.06.22 21:30 의견 0
사진제공=문화재청

[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조선 중종(재위 1506∼1544) 연간인 1531년 무렵 한강 동호(東湖·뚝섬에서 옥수동에 이르는 곳) 일대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회화 '독서당계회도'가 국내로 돌아왔다.

이 그림은 지금까지 알려진 실경산수 계회도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이자 현존 자료가 적은 조선시대 초기 산수화 중에서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제작 시점을 비교적 명확히 알 수 있어 회화사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3월 미국 경매에서 16세기 조선 회화 독서당계회도를 구매해 국내에 들여왔다고 22일 밝혔다.

이 그림은 중종 때 독서당(讀書堂)이 바라보이는 한강에서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흥겨운 뱃놀이를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비단에 수묵채색으로 그려졌으며, 배접(褙接) 부분을 제외한 그림 크기는 세로 91.3㎝, 가로 62.2㎝이다.

독서당은 중종 때 한강 연안에 지어져 문신들의 사가독서(賜暇讀書)에 사용됐다. 사가독서는 젊고 유능한 문신들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공무 대신 학문에만 힘쓰게 한 제도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외국에 있던 우리 문화재를 경매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국내로 환수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언제 반출됐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초 소장자인 일본인 간다 기이치로(1897∼1984·교토 국립미술관 초대 관장)의 사망 이후 다른 일본인이 갖고 있다가 지난 3월에 열린 미국 경매 시장에 내놨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그 내용을 파악한 후 입찰에 나서 매입에 성공했다.

최 청장은 “현전하는 16세기 독서당계회도 3점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며, 조선시대 실경 산수화의 면모를 알려주는 수작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그림의 중단에 우뚝 솟은 응봉(鷹峰·매봉산)을 중심으로 한강변의 두모포(豆毛浦·지금의 성동구 옥수동) 일대가 묘사되어 있다. 중앙부에는 강변의 풍경과 누각이 자리잡고 있다. 강변에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안개에 가린 독서당의 지붕을 볼 수 있다.

하단에는 계회 참석자 12인의 호와 이름, 본관, 생년, 사가독서한 시기, 과거 급제 연도, 계회 당시의 품계와 관직 등이 기재되어 있다. 이들이 1531년 지냈던 관직명이 명기돼 있어 이 그림이 그즈음에 제작되었음을 헤아릴 수 있다.

계회 참석자들은 1516년부터 1530년 사이에 사가독서한 20∼30대의 젊은 관료들이다. 백운동서원 설립자인 주세붕을 비롯해 성리학의 대가로 추앙받은 송인수(1499∼1547), 가사 ‘면앙정가(면仰亭歌)’의 작자인 송순(1493∼1582)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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