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보다 비싼 경유...14년 만에 가격 뒤엎어

김대현 승인 2022.05.13 06:38 의견 0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레저신문 김대현기자]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하다는 상식이 깨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유를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급난이 심해지면서 14년 만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면서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47.59원으로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 ℓ당 1946.11원을 추월했다.

국내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한 것은 2008년 6월 이후 14년 만이다. 통상 국내 주유소에서의 경유 판매가격은 휘발유 판매가격보다 ℓ당 200원가량 저렴했다.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이후 이달 초까지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7일 반등한 후 일 평균 2.9원 오른 데 비해 경유 가격은 같은 기간 하루 평균 6.7원 올랐다. 상승 전환 시점도 지난 4일로 더 빨랐다.

특히 이날 오전 기준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50.8원으로 전날보다 3.2원 오르며 지난 2008년 7월16일 기록한 최고치 1947.75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면서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746원에서 500원으로 246원이 내렸고, 경유 유류세는 ℓ당 529원에서 355원으로 174원이 인하됐다. 정률 인하이다 보니 경유 유류세의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었다.

경유 수급난은 하반기까지 지속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정유 4사만 보더라도 정기 보수를 실시하는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면 SK이노베이션(096770)·GS칼텍스·에쓰오일(S-OIL(010950)) 모두 정제설비(CDU) 가동률이 95% 안팎에 이른다.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경유 가격 상승은 택배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화물과 택배 등 운송업계가 경유 가격 상승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멈춰 서기 시작할 경우 물류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제조기업들의 원재료 수급과 제품 공급에 차질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제조기업들이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여파가 거셀 수도 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항공 수요가 회복되는 점 역시 경유 가격엔 악재다.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을 생산하는데 항공유에 쓰이는 등유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경유 생산 비중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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